언젠가 캠핑을 멋드러지게 해보고파 했던 박봉의 직장인이 언젠가 이랬지요.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그래서,
캠핑의 꽃이라는 밥해먹기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그릴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장소를 찾던 중 옥상이라는 훌륭한 캠핑장소를 찾아내기에 이르렀죠.

시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 시도는 신중해야 합니다.
즉, 시행착오를 예상하고 실패할 시를 대비해 최소한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간단히 소고기+조개 조합을 계획하고,
수입산소고기를 위주로 중국산 가리비, 국내산 개조개, 대미를 장식할 국내산 최고급 한우 두점! 을 구매하였습니다.
물론 시크한 도시남인것은 어쩔수 없기에 포도주를 곁들였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진 중앙에 위치한 허브맛솔트라는 소금입니다.
저 우아한 곡선으로 황홀한 자태를 뽐내는 신비의 병속에 담긴것은 후추와 허브 등등을 국내산 최고급 정제염과 버무린 것으로,
무엇에 뿌리든 선계의 맛을 표현해준다는 신비의 가루인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국에서 왔다지만, 무려 살아 숨쉬는 가리비와 역시 살아있는 개조개 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쇠고기를 중간에 놓고 굽습니다. 물론 허브맛솔트를 뿌려주는 센스는 잊지 않았죠.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조개굽기는 신중함을 기하기 위해 사이드로 밀어놓았습니다.

... 그렇군요. 허브맛 솔트는 마법의 아이템이었습니다.
애써 미리 고기에 뿌려둘 이유는 없었습니다.
솔트를 뿌리기 위해 고기를 뒤집을 타이밍을 놓친다는 것은 비싼 쇠고기에게 실례되는 행위였던 것입니다.
즉, 허브맛솔트는 미리 뿌려두는것이 아니라 최상의 타이밍에 뒤집힘을 격으며 미디엄으로 재탄생한 쇠고기를 살짝 찍어 먹을때 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베어난 육즙에 쫄깃한 질감과 더해져 저 멀리 남국의 열대우림을 연상시키는 허브맛솔트가 어우러지니,
우화등선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걸 천재라고 하나요?
아주 조금의 시도가 있은 뒤,
마치 CF에서나 봐오던 라인을 쇠고기에 입히는데 성공했습니다.
미디엄으로 굽혀 육즙이 우러나오는 동시에 약간의 핏빛을 띄는 가운데,
저 훌륭한 라인이 나오는 것을 보고 전 제 손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이게 진정 나의 솜씨인가?

이 황홍경을 지켜봤던 중인들이 환호하고 찬양할 때에도 전 제 자신에 대한 의심을 지우질 못했습니다.
신의 영역이었던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후 자신있게 많은 도전을 합니다.

가리비와 개조개는 올려놓기 무섭게 수줍은 소녀 문지방 열어보듯 살포시 입을 열어 허브맛솔트의 방문을 반겼고,
갈비와 부채살 등심 안심들은 육즙을 내뿜으며 몸을 베베 꼬아댔죠.
와인 한잔을 곁들이며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행복은 이루 말할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모든것이 성공적일때,
큰 결심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거금을 들여 사온 살치살입니다.
저 두점에 오천원이 넘어가는 최고급 1+등급의 한우 살치살입니다.
귀하면서도 막강한 도전자에 직면한 것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심스레 덩이당 2500원짜리를 올려놓아 봅니다.
혹시라도 고른 열을 받지 못할까봐 뜨거움을 무릅쓰고 상부에서 바라보며 위치를 잡아 내려놓았죠.
시계를 봐가며, 시각적 정보를 조금도 놓치지 않은 채, 눈조차 깜빡이지 않으며 모두가 숨죽여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이때다! 라는 생각이 들자 마자 날쌔게 뒤집어 줬습니다.
뒤집었을때 이미 뜨거운 열기는 따뜻한 온기로 다가왔으며, 옥상 전체가 감미로운 향내로 뒤덮혔습니다.
미천한 본능에 이끌려 입안의 감각기관은 침을 마구마구 뱉어내었으며,
목구멍은 대사를 망치지 않으려는 필사의 의지로 침을 마구 삼켜대었죠.

그리고 잠시 후...

아... 젠장...

음...

수입산 쇠고기의 강한 맛에 길들여지다 보니 한우의 은근한 향내를 느끼지 못하게 되더군요.
한우는 한우만 따로 먹어야 한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첫번째 시도는 상당히 성공적이었습니다.
허브맛솔트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육해를 넘나들며 맛을 즐기기에 가리비만한 것이 따로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한발 가까이 캠핑에 다가선 느낌이라 아주 뿌듯했습니다.

'로드런너 개구신 > 식도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도락-캠핑연습-2  (1) 2009.09.02
노란 수박 드셔봤어요?  (0) 2009.08.22
오막집을 아시나요?  (0) 2009.08.21

+ Recent posts